2년반 전이었을 것입니다. 2011년 가을, 구글 유튜브와 MBC가 콘텐츠 제휴를 한다는 기자간담회가 있어서 갔는데요. 2006년 이전 콘텐츠에 대해서는 모두 오픈하고, 이후 콘텐츠에 대해서는 부분 오픈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드디어 인터넷 플랫폼이 방송시장마저 장악할 수 있다는 신호가 나타난 것이죠. 


그런데 제휴식이 끝나고 MBC가 뜬금없이 축하공연을 한다며 걸그룹 씨스타를 데려왔습니다. 물론 서비스 출시 혹은 유저 간담회에서는 모델들이 나오는 경우가 간혹 있긴 합니다만.. 이번 행사는 내용, 분위기가 완전히 다른 딱딱한 사업제휴식이었습니다. 즉 씨스타가 나올 이유가 없었습니다. 


저도 벙찌고, 다른 기자들도 벙찌고, 심지어 씨스타도 그 조그만한 단상에서 쏘쿨을 부르는데 표정은 결코 쏘쿨이 아니었습니다. 얘네들도 벙찐 모습.. 


"우리가 왜 여기서 노래를 불러야 하나" 


이는 순전히 MBC 사장 김재철이 왔기 때문입니다. 누군가 자리를 빛내줘야 했던 것이죠. 몰랐는데 당시 씨스타는 종편 개국행사를 비롯해 힘과 돈이 있는 곳에 언제든지 따라가 노래를 불렀다고 하더군요. 높으신 분들께 잘 보여야하니까..


지금 돌이켜보면 기획사의 전략은 '성공'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맞았습니다. 당시만 하더라도 수많은 걸그룹 중 하나였던 씨스타는 (높으신 분들의 지원으로) 가장 핫한 섹씨스타가 됐으니까요. 기획사 스타쉽엔터테인먼트는 사업제휴식에서 노래를 불렀던 2011년, 17억 매출에 1억 당긴순손실을 냈지만 지난해 101억 매출에 16억 당기순이익을 낸 알짜기업이 됐고, 200억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로엔에 팔렸습니다. 연예계 무서운 생리를 조금이나 접할 수 있었던 계기였습니다. 


우리 직장인들도 사실 이와 다르지 않은데요.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성실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출근할 때마다 천근만근 부담에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무기 수십종을 장착해야 하고 때론 "말도 안된다"고 판단하는 것을 억지로 꾸역꾸역 해야겠죠. 일단 살아남아야 하고, 무엇보다도 우리는 프로니까요. 하지만 도를 넘어선 안되겠죠. 자기 그릇 이상의 목표와 활동은 '해서 안될 짓'도 하게 되고, 스스로를 파탄의 길로 인도하니까요. 이러한 이유로 주화입마에 빠진 연예인들이 많죠. 


스텔라라는 걸그룹이 신곡 마리오네트를 발간하면서 선보인, 높은 수위의 선정성과 노이즈 마케팅이 화제입니다. 그룹 신화 매니저로 오랜 기간 활동한 대표이사는 사업을 시작한 이후 잇따라 실패했으며, 이번에 빚지고 신곡을 냈다고 하네요. 배수진을 친 것이죠. 2년반 후에 스텔라와 대표이사가 지금 결단을 신의 한수라고 생각할지, 주화입마의 길로 들어선 첫 걸음이라 생각할지 궁금해지네요. 


Stella - Marionette M/V


http://www.youtube.com/watch?v=Ijx9BVAd93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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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식 2014.02.14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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