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에서 열린 '모바일 메신저 라인 가입자 3억명 돌파' 기념 기자간담회에 다녀왔습니다. 많은 분들이 아시는 것처럼 이 자리에서는 이해진 이사회 의장이 나왔는데요. 아무리 노이즈가 많아도 이 의장은 국내 인터넷산업 역사상 가장 높은 사업성취를 이룬 경영자입니다. 이와 관련해 간담회 내용을 정리해 공유할까 하는데요. 


개인적으로 전 참 설레고 두근거렸습니다. 지금 이 시점 이 의장이 공개석상에 나온 것을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겠지만.. 오십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기업가로서 꿈과 열정이 많다는 것을 느꼈고, 여러 모로 진심이 보였습니다. 


- 해외시장 진출 이유? 


..예전부터 한국시장에서 아웅다웅하기보다는 해외로 나가고 싶었다. 그래서 첫눈을 인수한 이후로 본격적으로 일본시장 문을 두드렸다. 실패하더라도 후배들에게 징검다리를 만들어주고 싶었다. 하지만 계란으로 바위치기였다. 정말 고생 많이 했고, 돈도 많이 썼고, 술도 많이 먹고, 심적으로 힘들었다. (네이버는 라이브도어를 인수하는 등 수천억원의 비용을 허비했음)


..하지만 놀랍게도 성공이 찾아오더라. 인터넷 서비스의 성공은 천재의 영감으로 순식간에 이뤄지는 게 아니다. 내 경험에 따르면 정말 실패하고, 실패하고 더 이상 갈 곳이 없을 때 성공하는 것이다. 사업이 다 안되고 지진까지 경험한 상황에서 만든 게 라인이다. 정말 지금 생각하면 꿈만 같고 가끔 "진짜 꿈이라서 자고 나면 깨는 게 아닌가" 두렵기도 하다. 


- 은둔경영, 황제경영에 대한 입장은?


..은둔의 경영자나 황제 경영자 이런 이미지가 있다. 하지만 이는 선배들의 조언에 따른 결과다. 나는 엔지니어 출신이고 서비스와 사업에 집중하고 싶었다. 그래서 대외업무에 적합한 사람을 뽑은 것이다. 물론 창업자가 모든 것을 다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미국에서도 자주 있는 일이다. 


- 시장 경쟁상황에 대해


..현재 우리는 치열한 경쟁상황 속에 놓여있다. 텐센트가 올해 2000억원 마케팅 비용을 책정했다. 우리는 반에 불과하다. 내년에는 3000~4000억원을 쓴다고 한다. 이에 대응하려면 우리 연간 순이익을 모두 쏟아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진출한 국가는 처음 만나는 국가들이다. 개인적으로 스트레스가 많다. 이 좋은 기회를 살라지 못하면 안된다는 부담감이다. 


..그리고 큰 그림에서 살펴보면 우리는 기업 대 기업으로 싸우면서 컸다. 이 성공이 언제까지 계속될 지 모르겠다. 구글이 얼마나 강한지 페이스북이 얼마나 강한지 다들 알 것이라 본다. 사업이 잘되고 있다는 것은 상대적 개념이고 우리는 아직 부족한 게 많다. 


- 조기축구회 발언 관련


..IT라는 게 끊임없이 급변하는 곳이다. 노키아가 망하고 싸이월드가 망할 줄 누가 알았겠냐. 우리도 절대 안주하면 안된다. 매년 다시 태어나야 하고 혁신해야 한다. 그래서 직원들에게 말한 것이다. 동호회는 져도 되지만 프로축구단은 절대 져서 안된다. 우리는 프로다. 


- 네이버 일본검색 중단 관련해 


..현재 세계시장에서 로컬 검색업체가 살아남은 나라는 중국, 러시아, 체코 등에 불과하다. 그래서 우리는 구글로부터 광고시장을 지키고 있다는 자부심이 있다. 하지만 해외시장은 정말 어렵고, 특히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를 전파하는 게 어렵다. 검색 해외사업은 지금 좀 더 다듬는 상황이며 라인에 모든 것을 집중하고 있다 보면 될 것 같다. 


- 학창시절 룸메이트였던 김정주 넥슨 회장과의 관계 


..나보다 스마트하고 글로벌 감각을 갖춘 친구다. 하지만 자주 보진 않는다. 우리 둘은 스타일이 다른 것 같다. 그저 간접적으로 많은 자극과 영향을 받고 있다. 


- 김상헌 대표의 덧붙임 


이해진 의장으로부터 네이버에 오라는 오퍼를 받은 지 딱 7년이 지났다. 딱 이맘쯤이었을 것이다. 그때 참 잘 나갔다. 판사도 했었고.. LG 부사장으로도 있었다. 처음에는 썩 내키지 않았는데 이 의장이 일본에 한번 와보라고 하더라. 


후지산이 다 보이는 전망 좋은 사무실에 수백명의 일본인 직원들이 일하고 있었다. 왠지 가슴이 벅차올랐다. 사실 우리 세대에게 일본은 환상의 나라다. 어렸을 때부터 일제가 최고였고, 도저히 넘을 수 없는 나라와도 같았다. 


15년 전에 처음 일본에 왔었는데 모든 게 한국과 똑같더라. 그런데 조금씩 다 좋은 것이다. 한국이 일본을 따라잡으려면 30년이 걸리겠구나 생각했다. 당장 아까도 비서에게 시켜 가글 좀 사달라 했는데 칫솔까지 사서 같이 주더라. 그리고 칫솔통이 말랑말랑한 재질이었다. 


아마 한국이었으면 정말 가글만 딱 사주던가 칫솔을 사준다 하더라도 칫솔통이 딱딱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때 아~ 아직도 10년은 남았구나 생각했다. 아무튼 제안을 받은 다음해 1월 사표를 내고 네이버의 합류했다. 사람들은 내게 묻곤 한다. 이해진 의장이 있는데 넌 하는 게 뭐냐고.


나는 별로 이 말에 신경쓰지 않는다. 그저 원대한 꿈에 같이 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다. 





by 최용식 2013.11.26 17:30